서책에 대한 욕심과 독서의 즐거움…시험해 볼 만한 일
상태바
서책에 대한 욕심과 독서의 즐거움…시험해 볼 만한 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3.25 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㊵
 

[한정주=역사평론가] 헌걸찬 장부(丈夫)가 내 귀에 대고 “당신은 탐하는 마음을 버려야 하오.”라고 말했다. 이에 “감히 말씀하신 대로 따르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원망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오.”라고 하기에 “감히 말씀하신 대로 따르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시기하는 버릇을 버려야 하오.”라고 하기에 “감히 말씀하신 대로 따르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자만심을 버려야 하오.”라고 하기에 “감히 말씀하신 대로 따르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조급한 성격을 버려야 하오.”라고 하기에 “감히 말씀하신 대로 따르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게으름을 버려야 하오.”라고 하기에 “감히 말씀하신 대로 따르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명예를 얻으려는 마음을 버려야 하오.”라고 하기에 “감히 말씀하신 대로 따르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그 장부가 다시 “서책에 대한 기호(嗜好)를 버려야 하오.”라고 하기에 마음속으로 황당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서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라는 말입니까? 나를 귀머거리나 장님으로 만들 작정이십니까?”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장부는 웃으면서 등을 어루만지다가 “당신을 시험해 본 것일 뿐이오.”라고 말했다. (재번역)

有頎然丈夫提余耳詔之曰 棄汝饕 曰敢不從命 棄汝嗔 曰敢不從命 棄汝猜 曰敢不從命 棄汝矜 曰敢不從命 棄汝躁 曰敢不從命 棄汝懶 曰敢不從命 棄汝名心 曰敢不從命 棄汝嗜書心 瞠然熟視曰 書不嗜當奚爲 欲聾瞽我耶 丈夫笑撫背曰 聊試汝耳. 『이목구심서 2』

모든 욕심을 버리고 성품을 다 바꾼다고 해도 차마 할 수 없는 것은 서책에 대한 욕심이요 독서의 즐거움이다.

독서는 인생과 성격 속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든다. 어떻게? 역사서는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어준다. 인간사와 세상사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문학은 사람에게 상상력을 갖게 한다. 논픽션(실화)과 픽션(허구)을 가리지 않고 사람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되고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수학은 미세하게, 자연과학은 깊게, 인문학은 묵직하게, 논리학과 수사학은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인간을 만들어 준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한 말이다.(프란시스 베이컨 저, 이종구 옮김, 『학문의 진보/베이컨 에세이』, 동서문화사, 2008, P426 참조)

독서가 내 인생과 성격을 이렇게도 만들고 저렇게도 만든다면 어떻게 그것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있겠는가? 정녕 독서의 힘이 그토록 위대하단 말인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시험해 볼 만한 일이기는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