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그룹 사외이사 2곳 겸직 90명 육박…학자 출신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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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그룹 사외이사 2곳 겸직 90명 육박…학자 출신 최다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4.03.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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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O연구소, 사외이사 절반 3월 주총 전 임기만료…10명 중 신임 6명꼴

지난해 국내 50대 그룹의 사외이사는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올 4월 초 이전 임기만료를 앞둔 것으로 파악됐다.

또 50대 그룹 내에서 동일인이 사외이사 자격으로 서로 다른 2개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개별 인원만 80명을 상회했고, 이들 중에는 대학교수 등 학자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2개 회사의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린 사외이사 중에는 장·차관 출신인 거물급 인사도 10명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3년 50대 그룹에서 활약하는 사외이사 및 2곳에서 활동하는 전문 사외이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50대 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중 공정 자산 기준 상위 50개 그룹이고 사외이사는 각 그룹이 지난해 5월 대기업집단현황 공시에서 공개한 임원 현황을 기준으로 삼았다.

상장사 등에서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기구는 이사회다. 이사회에는 기업 내부 경영진이 사내이사와 함께 외부 출신의 비상근 이사인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사외이사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내부 인사보다는 외부 인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관점에서 기업 경영을 견제하고 감시하는데 적합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 제도는 IMF외환위기를 계기로 1998년 첫 도입된 이후 30년 가까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 내부 경영을 견제하고 감시하기보다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매년 100%에 가까운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사외이사의 존재 의의에 대한 회의론을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사외이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등급이 있다. 기준점은 바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기업의 숫자다. 현재 우리나라 상법 제542조의8 및 동법 시행령 제 34조 제5항 3호에는 ‘해당 상장회사 외의 2개 이상의 다른 회사의 이사·집행임원·감사로 재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한마디로 사외이사는 사실상 최대 2개 회사까지만 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직업의 겸직도 가능하기 때문에 2개 회사에서 사외이사를 맡게 될 경우에는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급여와 각종 혜택도 누리게 된다.

1개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는 이들을 일반 사외이사 그룹이라고 한다면 2개 기업에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면 이들을 전문 사외이사 그룹으로 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개 회사와 달리 복수 회사에서 사외이사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들 전문 사외이사는 2개의 회사에서 이사회 업무를 본다는 의미로 사외이사(社外理事)와는 또다른 사외이사(社外二事)라는 별칭이 더 어울린다. 그렇다면 국내 50대 그룹 내에서 2개 회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는 몇 명이나 될까.

지난해 국내 50대 그룹의 계열사를 기준으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전체 사외이사(社外理事)는 모두 1218명(중복 포함)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동일인이 50대 그룹에 있는 계열사 2개 회사에서 겸임하는 경우를 1명으로 파악해 별도 산정하더라도 1132명이나 됐다. 50대 그룹에서 활동하는 사외이사 인원만 1000명 넘게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룹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중에서는 SK그룹 계열사에서 활동하는 전체 사외이사 인원만 98명으로 최다였다. 계열사 숫자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외이사 명패도 많은 편에 속했다.

이어 현대차(74명), 롯데(70명), 삼성(66명)그룹에서도 사외이사가 50명 이상됐다. 이밖에 한화(47명), 카카오(46명), 현대백화점(44명), LG(38명), CJ(34명), HD현대·LS(각 31명) 그룹도 30명 이상의 사외이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대상 50대 그룹 내 사외이사 1218명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51.6%(628명)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 3월 주총 사이에 임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에는 올해 주총에서 재선임되거나 혹은 다른 인물로 교체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2025년 임기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는 31.8%(387명), 2026년은 16.7%(203명) 순이었다. 또 1200명이 넘는 사외이사 중 58.2%(709명)는 해당 회사 이사회에 처음 진입한 신임 사외이사였고 41.8%(509명)는 2회 이상 연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50대 그룹 계열사 중 두 개 회사의 이사회에서 참여하는 사외이사는 172명(중복 포함)이었다. 개별 인원으로 파악해보면 실제는 86명이다. 앞서 조사된 86명이 50대 그룹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사외이사 자리만 해도 14.1%에 해당하는 172곳(86명·2곳)인 셈이다. 2개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는 86명의 사외이사를 성별로 구분해보면 남성이 79.1%(68명)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여성은 20.9%(18명)에 그쳤다.

사외이사(社外二事)로 구분되는 86명을 5년 단위 출생년도별로 살펴보면 1965~1969년이 30.2%(26명)로 가장 많았고 1960~1964년 25.6%(22명), 1955~1959년 23.3%(20명) 순이었다. 1970년 이후 출생자는 12.8%(11명)로 1955년 이전 출생자 8.1%(7명)보다는 많았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올해 58세가 되는 1966년생이 8명(9.3%)으로 최다였다. 1966년생 중에는 대표적으로 이동열(현대위아·대한전선), 조현욱(삼성중공업·롯데칠성음료), 조화순(LG화학·기아) 사외이사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이동열 사외이사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을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이고 조현욱 사외이사는 전주·인천지방법원 부장 판사 등을 거쳐 현재 더조은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재임중이다. 제10대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도 역임한 바 있다. 조화순 사외이사는 현재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이면서 한국정치학회 회장이다.

경력을 살펴보면 대학 총장·교수 등 학자 출신이 38.4%(33명)로 가장 많았다. 학자 출신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외이사 영업 1순위로 꼽힌다. 대표적인 학자 출신 중에는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눈길을 끈다. 그는 대한항공과 CJ대한통운 사외이사로 활동해왔는데, 이중 CJ대한통운에서만 지난 2018년부터 사외이사를 6년 연속 맡아 올 3월 물러나게 된다. 한 사람이 같은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는 법정 한도는 6년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고위직을 역임한 행정 관료 출신이 34.9%(30명)로 많았다. 고위 관료 중에서도 전직 장·차관 출신은 16.3%(14명)로 10명을 넘어섰다. 대표적으로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도 이름을 올렸다. 김 전 장관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를 하면서 호텔신라와 HD현대오일뱅크의 사외이사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상장사 2곳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전 장관은 2011년 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지식경제부 장관을 맡아왔다. 현재 한미협회(KAA) 회장을 맡으면서 삼성물산과 CJ ENM에서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전 장관은 올해 3월이 삼성물산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됐는데 최근 재선임됐다.

판·검사·변호사 등 율사 출신은 15.1%(13명)였다. 김태희 전 서울행정법원 판사의 경우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신세계아이앤씨와 에스엠엔터테인먼트 2곳에서 사외이사로 활동중이다. 검사 출신 중에는 구본선 전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이 눈에 띈다. 그는 구본선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한진과 한화시스템 사외이사로 재임중이다. 반면 기업가 출신은 11.6%(10명) 수준으로 파악됐다.

그룹으로 보면 삼성과 SK에서만 각각 17명의 사외이사가 2개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해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은 전체 사외이사 66명 가운데 25.8%, SK는 98명 중 17.3%가 50대 그룹에 있는 계열사 2곳에서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현대차(14명), 롯데(12명), LG·CJ(각 9명) 순으로 나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IMF외환위기를 계기로 사외이사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30년 가까이 되고 있지만 내부 경영진을 견제하고 독단적 결정을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대표이사 등 실권자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외부 공격에 대해 방어막 역할을 하는 다소 굴절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외이사 가운데 1명 이상은 주주 권리 보호 차원에서 주주 추천 인사로 선임하거나 사외이사 중 일부는 일정 기간동안 상근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등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경영 풍토에 맞는 다양한 사외이사 제도 도입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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