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
“사람에게 충고하는 일은 호랑이를 잡는 일보다 어렵다”[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㉚
한정주 기자  |  jjoo@iheadline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5.22  07:55:59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블로그 구글 msn
   
▲ 진시황(오른쪽)은 최측근 이사(李斯)의 모함에 넘어가 한비자(왼쪽)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명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㉚

[한정주=역사평론가] 入山擒虎(입산금호)는 易(이)나 開口告人(개구고인)은 難(난)이니라.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기는 쉽지만 입을 열어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기는 어렵다.)

‘군자난언(君子難言)’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 한다”는 뜻으로 『한비자』 <난언(難言)> 편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에서 ‘군자’는 춘추전국시대를 풍미했던 유세객(遊說客)을 가리킨다. 유세객은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다니면서 제후(왕)들을 만나 자신의 정치사상과 이념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 높은 지위와 명성 또는 많은 재물을 얻었던 사람들이다. 이러한 까닭에 유세객들의 말 한 마디는 천하의 권력과 부귀를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길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했다.

한비자 역시 전국시대 말기 법가의 정치사상과 이념으로 무장한 유세객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비자는 앞서 소개했던 『한비자』의 <세난> 편과 <난언> 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 어떤 유세객보다 제후(왕)에게 유세해 그들을 설득하는 어려움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먼저 한비자는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 한다’는 것은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만 듣는 사람의 마음이나 상황 또는 수준에 맞도록 말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듣는 사람의 마음에 맞도록 지나치게 매끄럽게 말을 하면 겉은 그럴듯하나 실속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는 듣는 사람의 측근들을 비판하고 실정을 깊이 헤아려 말을 하면 불쾌하게 여기고 오만하다고 생각하기 쉽고, 듣는 사람의 비위에 맞게 기분 좋은 말을 하면 교묘하게 말을 꾸며서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비자는 제아무리 어질고 현명하고 슬기롭고 선량하며 충성스럽고 도리를 터득한 사람이라고 해도 어리석고 어두운 제후(왕)를 만나면 자신의 뜻을 미처 펴보기도 전에 치욕을 겪고 죽임을 당한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비간(比干)은 어질고 현명했지만 주왕을 설득하지 못해 심장을 도려내는 형벌을 당했고, 오자서(伍子胥)는 계략이 탁월했지만 오히려 오나라 왕 부차의 분노를 사 죽임을 당했고, 공자는 다른 사람을 잘 설득하는 도리를 터득했지만 광(匡) 땅에서 죽을 곤욕을 겪었고, 관중은 진실로 지혜로웠지만 노나라는 그를 죄인으로 취급해 잡아 가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비자는 이렇게 되묻고 있다. “이렇듯 어진 사람과 현명한 사람이 치욕을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모면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말로 다른 사람을 설득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비자의 답이다. 도리에 합당하고 이치에 적합한 말은 오히려 귀에 거슬려 마음에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이러한 까닭에 ‘군자난언’, 곧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로 다른 사람을 설득한다는 것이 그토록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한비자는 어떤 운명을 맞았을까.

진나라에 간 한비자는 진시황(당시는 진왕 영정)에게 유세해 환심을 샀다. 진시황은 한비자의 유세를 듣고 무척 좋아했지만 적국인 한(韓)나라의 왕족 출신인 그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때 순자의 문하에서 한비자와 동문수학했던 진시황의 최측근 이사(李斯)가 만약 한비자가 중용되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한비자를 모함했다. 결국 진시황은 이사의 모함에 넘어가 한비자에게 독약을 보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했다.

사마천은 『사기』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서 이러한 한비자의 죽음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고 설득하는 일의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아서 “<세난(說難)>과 <난언(難言)>과 같은 훌륭한 글을 썼지만 자신은 그로 인한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본다면 한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말로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고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자신의 죽음으로 증명했다고 하겠다.

[관련기사]

한정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블로그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 많이 본 기사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4길 9 라이온스빌딩 10층 1003호  |  대표전화 02-720-1745  |  팩스 02-720-1746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한정곤  |  발행처:헤드라인미디어
등록번호:서울중, 라00692(등록일자 1998년 2월25일)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서울아03173(등록일자 2014년 5월29일)  |  발행일자:2013년 11월26일
Copyright © 2013 헤드라인미디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