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⑦ 강물처럼 무심한 듯 세월도 흐르고
한 장 남은 달력에 입김을 불며 길을 나선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하늘이 낮게 내려앉았다.
연말이면 공연히 바빠지는 마음을 위로하듯 도심의 나무에는 꼬마전구의 무리가 쉼 없이 반짝이고 네온사인은 요란하기만 하다.
늘 조바심으로 마음만 동당거리는 연말, 메모 글씨 빽빽한 달력의 틈에서도 별 뾰족한 해답은 찾지 못한다.
튼튼하고 실한 나이테 하나 꿈 뀠던 한해. 현실은 언제나 지푸라기 하나 부여잡고 종종거린다.
새벽 셔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두물머리를 찾는다. 칼바람 쌩쌩 파열음을 내는 양수리에는 여느 때와 같이 새벽 여명이 번지고 강은 붉은 빛을 토하며 또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강물처럼 무심한 듯 세월도 흐르고 마법이 끝난 듯 찬바람이 가슴에 에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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