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이 보여주는 화려함의 절정…작은 금강산 ‘대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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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이 보여주는 화려함의 절정…작은 금강산 ‘대둔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19.11.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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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③ 미륵바위 정상의 ‘산상도소’…동학농민군 최후 항전지

충남 논산과 전북 완주의 경계에 솟은 노령산맥 산줄기 북부의 대둔산(大屯山)은 ‘인적이 드문 두메산골의 험준한 큰 산’이란 뜻을 가진 이름으로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암릉미가 화려하다.

시선이 어디에 머물든 보면 볼수록 산수화 속 신비스러움과 웅장함에 마음이 멈추게 되는 산이다.

화강암 암반이 봉우리마다 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절경을 이루는데 강건한 기상이다. 정상부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가로질러 놓은 높이 81m, 길이 50m의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이 명소다.

대둔산은 정상인 마천대(879m)를 비롯해 칠성봉·장군봉·삼선바위·금강통문·동심암·왕관암·마천대 등 사방팔방으로 수목과 기암이 어우러져 웅장하고 수려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대둔산 낙조대(落照臺)에서 맞는 아침 해돋이와 석양 해넘이는 사진작가들의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가을 대둔산은 화려함의 절정이다. 단풍으로 몸단장을 끝낸 나뭇잎들은 낙엽비로 우수수 떨어지고 붉은 산은 더 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바위틈에 용케도 뿌리를 내려 족히 100년은 묵어 보이는 고고한 소나무와 암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가을을 품은 산사, 또 가을을 퍼나르는 산객들. 정점을 찍은 가을산을 보여준다.

대둔산은 동학농민운동의 커다란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동학농민군이 게릴라식 전투를 전개하기 위한 안전한 근거지를 물색한 끝에 대둔산 미륵바위 정상으로 결정한 후 산상도소(山上都所)를 마련했다. 미륵바위는 동학농민군 최후의 항전지다. 천연의 요새인 이곳에서 동학농민군은 70일간 끈질긴 항쟁을 전개했다.

임진왜란 때도 권율 장군이 1000여명의 군사와 함께 조총으로 무장했던 왜군 1만여명과 싸웠던 이치(배티제)전투도 이곳 대둔산 무대로 펼쳐졌다.

이처럼 유서 깊은 대둔산의 산행코스는 주능선 남쪽인 완주군쪽, 케이블카 탑승장(대둔산 주차장)에서 오르는 길이 탐방객 수가 가장 많고 인기 있는 곳이다.

마천대(878m)에서 일출을 보리라 마음먹고 이른 새벽 산을 오른다. 대둔산 주차장→원효사→금강 구름다리→삼선계단→삼거리 갈림길→마천대→이동통신기지국→마천대→칠성봉→용문골 삼거리→칠성봉 전망대→용문굴→케이블카→금강구름다리→케이블카(탑승)→대둔산 주차장(원점 회귀)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한다.

대둔산 초입, 붓끝처럼 솟아있는 산봉우리가 연달아 어깨를 맞댄 모습이 산객의 눈빛을 당긴다. 다시금 힘이 솟아난다.

계곡을 따라 완만한 오름이 이어진다. 중간에 철제 계단 돌계단을 걸어 30여분 계곡을 오르다 보면 동심휴게소에 이르고 바로 동심바위를 만나게 된다. 신라 원효대사가 처음 이 바위를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을 바위 아래서 지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암봉이다.

거대한 바위가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어 자연의 신비로움을 직접 목격하는 순간이다.

이어 가파른 계단이 빽빽한 깔딱고개 오르막이 등장하며 숲속은 원색의 풀풀함이 넘쳐난다.

심장이 요란하게 펄떡거리며 10분 정도 오르니 대둔산 명소인 금강구름다리다. 등골이 오싹한 구름다리를 지나면 약수정 휴게소와 작은 바위 전망대가 있고 이후로는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고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이 구름다리보다 더 무섭다는 삼선계단이 나타난다. 거대한 암릉 벼랑을 이은 철제계단 오르막인데 사다리처럼 가파르고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라 아찔 오싹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200m 정도 오르면 정상능선 삼거리. 이곳에서 좌측으로 150m만 가면 주봉인 마천대(878m)에 오르며 정상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칠성바위, 왕관바위 등 기암마다 웅장함을 뽐내고 크고 작은 산들의 능선이 겹치고 포개진다. 마천대는 ‘하늘을 어루만질 만큼 높다’는 뜻이 담겨 있다. 기암괴석의 봉우리와 어울린 한 폭 산수화다.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경탄을 금치 못하며 한참을 머문다.

마천대에서 북쪽 능선을 밟아 낙조대로 향한다. 낙조대는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워 사계절, 아침과 저녁으로 탐방객이 끊이지 않는다.

하산은 삼거리에서 용이 바위 문을 열고 승천했다는 용문굴, 용이 승천하기 직전에 7개의 별이 떨어졌다는 칠성봉, 갑옷 입은 장군의 모습을 닮은 장군봉을 돌아 동심바위로 내려선다. 계곡길 디딤발을 내려놓으며 빼어난 풍광이 시원스럽게 이어진다.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장엄한데 계절은 짧아 아쉽고 피로가 겹친다. 캄캄한 새벽부터 평일 하루 텅빈 마음으로 산속을 헤맨 나를 위로하면서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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