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한 걸음 쌓이지 않으면 천리를 갈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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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쌓이지 않으면 천리를 갈 수 없고…”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20.03.1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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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5강 권학편(勸學篇)…배움을 권장한다④ (끝)

[한정주=역사평론가] 荀子曰(순자왈) 不積蹞步(부적규보)면 無以至千里(무이지천리)요 不積小流(부적소류)면 無以成江河(무이성강하)니라.

(순자가 말하였다. “반 발짝의 걸음이 쌓이지 않으면 천 리를 갈 수 없고, 작은 물줄기가 쌓이지 않으면 장강(長江)과 황하(黃河)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순자의 저술인 『순자』는 제1편 <권학> 편에서부터 제32편 <요문(堯門)> 편에 이르기까지 모두 3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순자의 말은 바로 제1편 <권학> 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바로 앞에서 필자는 『안씨가훈』의 저자 안지추가 순자는 쉰 살에 유학(遊學)해 당대 최고의 대학자가 되었다면서 역사상 늦은 나이에 대성한 만학도의 대표적인 인물로 순자를 꼽은 사실을 언급했다.

실제 『사기』 <맹자·순경열전(孟子荀卿列傳)>을 읽어보면 순자는 원래 조(趙)나라 사람인데 쉰 살이 되어 제(齊)나라로 건너가 학문을 닦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순자는 무엇 때문에 쉰 살의 늦은 나이에 제나라로 건너갔던 것인가.

앞서 제나라의 ‘직하학사(稷下學舍)’와 ‘직하의 학사(學士)’에 대해 언급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순자는 제나라의 ‘직하학사’에서 학문을 닦기 위해 쉰 살의 늦은 나이를 무릅쓰고 제나라로 건너간 것이다.

당시 제나라는 수도 임치의 서쪽 문, 곧 직문(稷門) 아래에 대규모 학자 단지를 세우고 뛰어난 학문과 재능을 지닌 천하 각지의 학자와 선비들을 초빙해 우대했다. 이 때문에 ‘직하학사’에는 당대 최고의 학자와 선비들이 모여서 학문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자는 늦은 나이에도 얼마나 쉬지 않고 배움에 힘을 쏟았던지 제나라로 유학을 간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직하학사에서 최고의 권위와 존경을 받는 학자만이 오를 수 있는 제주(祭主)의 직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제주에 올라 단 한 차례도 오르기 힘들다는 제주의 직위를 무려 세 차례나 역임했다.

이렇듯 순자가 늦은 나이에도 배움을 위해 유학의 길에 올라 마침내 당대 최고의 학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의 실마리는 『순자』 <권학> 편의 첫 대목을 읽어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순자는 여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배움은 잠시라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널리 배우고 하루에 세 번씩 반성하여 지식이 더 밝아졌는지 혹은 행동에 허물은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

잠시도 멈추지 말고 꾸준히 배움에 힘쓰라는 가르침이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반 발짝의 걸음이 쌓이지 않으면 천 리를 갈 수 없고, 작은 물줄기가 쌓이지 않으면 장강(長江)과 황하(黃河)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순자의 말도 ‘배움은 꾸준해야 한다’는 가르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더욱이 순자는 『명심보감』에 실려 있는 이 말에 덧붙여 아래와 같이 말한다.

“흙이 쌓이면 산이 이루어진다. 산이 이루어지면 바람과 비가 일어난다. 물이 쌓이면 연못이 이루어진다. 연못이 이루어지면 교룡(蛟龍)이 살게 된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천리마(千里馬)라고 해도 한 걸음으로 천 리 길을 갈 수 없고, 제아무리 느리고 둔한 말이라고 해도 쉬지 않고 열흘을 달리면 천 리 길에 도달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순자의 ‘권학(勸學)’ 철학은 다름 아닌 ‘꾸준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움에 꾸준히 힘쓴다면 아무리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또한 아무리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배움의 뜻을 성취할 수 있다.

반면 비록 아무리 젊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도 꾸준히 배움에 힘쓰지 않는다면 오히려 배움의 뜻을 잃어버리게 되고 만다. 이것이 순자가 배움을 권장하는 <권학> 편에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의 핵심 요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움에 있어서 ‘꾸준함’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유일하게 올바른 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꾸준하면 성취하고 꾸준하지 않으면 잃는다, 멈추지 않으면 성취하고 멈추면 잃는다.’

이 말은 배우는 사람이 경계하고 또 경계하고,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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