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복 있는 사람…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남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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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복 있는 사람…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남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3.02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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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⑲
 

[한정주=역사평론가] 손님이 말하기를 “뱃속이 꽉 차 있으면 독서에 이롭지 않다. 단지 누워서 잠잘 생각만 한다. 뱃속이 약간 굶주려 있어야 독서할 때 문득 깨우치는 묘미가 있어서 글 읽는 소리가 홀연히 공중으로 퍼져나가게 되니 부귀도 좋은 일이고 독서도 역시 좋은 일이다.”라고 하였다. 이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두 가지 좋은 일을 겸하여 누리는 사람은 천하에 복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재번역)

客曰肚裡飽 不利讀書 只思卧睡 肚裡畧畧有飢氣 讀書頓覺有味 咿唔之聲 忽泛空中 富貴好事也 讀書亦好事也 始知兩好事兼享者 天下有福人. 『이목구심서 2』

진정한 즐거움은 음식의 맛과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나 남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는 비록 불행하지는 않더라도 행복하지도 않다.

삶과 글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남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 그 득실(得失)과 시비(是非)와 성패(成敗)와 흥망(興亡)의 여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로움과 성공 때문에 남이 좋아하는 것을 한다면 날마다 맛도 없는 음식을 남의 눈치를 보느라 맛있게 먹는 척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나는 그 이로움과 성공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맛도 없는 음식을 매일 같이 먹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지 혹은 남이 좋아하는 것을 할지는 온전히 각자의 판단과 선택에 맡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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